“아베 바까야 일본도 살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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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ublished on:  8/14/2019
  • 수요시위 1400회·제7회 세계 위안부 기림일 맞아 이옥선 할머니 인터뷰
    “일본 사람이 아니라 정부가 나빠…아베 바꿔야 한일 양짝 다 살아”
    “소녀상은 우리, 그런데 왜 우리에게 침을 뱉는가”
    박근혜 정부의 위안부 합의에 대해선 ‘우리를 도로 일본에 팔아 먹은 것’ 격앙

    “예상 못했지. 사죄를 할 줄 알았지. 이렇게 오래갈 줄은 몰랐어.”

    13일 오후 경기 광주시 ‘나눔의 집’. ‘수요시위가 27년간 1400회나 이어질 줄 예상했느냐’고 묻자 이옥선(92) 할머니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이렇게 답했다. 중국에 머물다 2000년 6월, 일본군 성노예제(위안부) 피해자들이 모여 사는 이곳에 둥지를 튼 할머니는 ‘백번은 넘게’ 수요시위에 참석했다고 했다. 경기 광주에서 수요시위가 열리는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까지는 왕복 108㎞ 거리, 안 막혀도 3시간이 걸린다.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를 받기 위해 19년 동안 이 고령의 노인이 거리에서 보낸 시간이 최소 300시간이 넘는 셈이다. 여태 만난 기자만 몇 만 명은 될 거라고도 했다.

    “(인터뷰나 시위 참석이) 힘들어도 우리가 할 일이니까 해야 해. 예전에 (나눔의 집에) 열몇(명)이 있었을 적에는 인터뷰도 이 사람, 저 사람 했지만 이제는 인터뷰할 사람이 없어. 누워서 앓으면서도 죽으나 사나 내가 해야 해.”

    할머니는 최근 일본의 경제도발로 시작한 한일 갈등에 대해 “뉴스를 안 봐서 자세히는 모른다”면서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나눔의 집에 일본 사람이) 개인으로, 또 한 가정(가족)이 사죄하러 오기도 해. 그러니까 (일본) 사람이 아니라 정부가 나쁜 거야. 아베를 바까야(바꿔야) 일본도 살아. 아베를 바까야 앙짝(한국, 일본) 다 살아. ”

    소녀상에 침을 뱉거나 일본군 성노예제의 강제성을 부정하는 등 국내에서도 성노예제 피해자를 모욕하거나 부정하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울분을 토했다.

    “우리가 좋은 데 갔다 온 게 아니라 사형장에 갔다 왔어. 그 소녀상이 우리란 말이야. 우리가 그렇게 나이 어릴 적에 끌려갔거든. 그런데 왜 우리에게 침을 뱉는가, 똥을 발랐어도 닦아줘야 할 사람들이…”

    일본 정부가 여전히 부인하고 있는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에 대해서는 과거 상처까지 보여주며 반박했다. 할머니 열다섯살 어린 나이에 길에서 끌려가 중국 옌볜 위안소에서 3년을 살았다.

    “(중국 위안소에서) 열한 살도 봤어. 열한 살이면 핏덩이야 핏덩이. 걔들 다 철 모르잖아. 철 모르는 게 위안소가 어드메(어디) 있는지, 위안소에서 뭐 하는지 어떻게 알고 돈을 벌러 가겠어. (중략)… 군인이 열두 살짜리를 깔고 앉아서 칼로 가슴을 째고 강간했어. 나도 맞아서 치아까지 다 빠졌어. (손목을 보여주며) 칼까지 맞았어. 칼까지.”

    지난 2015년 12월28일 박근혜 정부와 일본 정부가 맺은 ‘위안부 합의’에 대해선 거친 말도 서슴지 않았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일본 정부 출연금 10억엔으로 화해·치유 재단을 설립해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와 그 유족에게 치유금을 지급하겠다고 합의했다. 그러나 성노예제 피해 당사자의 의견이 배제된 채 맺어진 이 합의에 피해자와 시민사회가 반발했고, 결국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9월 재단 해산을 지시했다.

    이옥선 할머니는 “(12월28일 합의는) 일본에 돈 받고 우리를 도로 팔아먹었다고밖에 볼 수 없다. 과거 아버지(박정희 전 대통령)도 나빴는데, 아버지 역사를 꼭 (물려) 받아서 그대로 했다”며 “그래도 지금 대통령은 우리 문제에 대해 일본에 대고 사죄하라고 한 마디라도 해줘서 믿을 수가 있다. 그래서 앞으로는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할머니는 청년세대에게 ‘역사를 많이 알아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우리 역사를 청년들이 많이 알아서 일본을 압박해줘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일본의 사죄를 받기가) 어려울 거 같다”며 “일본 정부가 할머니들 다 죽기를 기다리지만 우리가 다 죽고 없어도 후대와 역사를 위해 일본이 이 문제에 대해서 사죄하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할머니는 이날 오후 3시까지 일본 외신 기자를 포함해 총 3개 매체와 인터뷰했다. 14일에는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열리는 ‘제7회 세계 위안부 기림일’에 참석했고, 15일에는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열리는 광복 74주년 기념 타종행사에 참여한다. 오직 죽만 삼킬 수 있고, 산책조차 할 수 없는 할머니에게 버거운 일정이다. 현재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생존 할머니는 20명, 평균 연령은 91살이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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