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일의 입] ep40. 손혜원 vs 박지원, 그리고 목포의 미스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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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ublished on:  1/21/2019
  • 오늘은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새로운 소식 하나 전해드린다. 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청와대 관저로 들어간 뒤 홍은동 사저를 팔았는데, 그 집을 산 사람이 다름 아닌 손혜원 의원실에서 보좌관으로 일했던 사람이라고 곽상도 한국당 의원이 밝혔다. 문 대통령 부부가 청와대로 들어가기 전까지 1년5개월을 살았던 홍은동 사저는 김정숙 여사의 명의로 돼 있는데, 대통령 취임 이후 다섯 달이 지난 2017년10월 이 집을 사들인 사람은 손혜원 의원실에서 일했던 김재준(48) 행정관이라는 것이다. “겉으로 드러난 상황을 요약하면, 손혜원 의원실에 있던 보좌관이 청와대로 들어가 김정숙 여사와 직접 거래를 한 것”이라고 한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간다.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에 휘말려 있는 손혜원 의원이 기자회견을 했다. 손 의원은 5명의 인물을 실명으로 언급했다. 문재인, 이해찬, 홍영표, 박지원, 나경원 등 5명이다. 인물 하나하나에 이번 사태의 성격이 함축돼 있다.

    ◆문 대통령 거명, 그 이유는?

    손혜원은 집권 민주당에 대한 ‘정치적 채권’ 3가지를 말했다. 첫째, 자신이 “문재인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다”는 식으로, 적어도 크게 일조를 했다는 식으로 말했다. 이 대목에서 문재인 대통령 이름을 거명했다. 둘째, 더불어민주당의 당명과 로고를 만들었다고 했다. 민주당은 자신의 분신과 같은 존재라고 했다. 셋째, 총선 승리에 역할을 했다는 데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여당 의원과 관련된 정치적 스캔들이 터지고 부정적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경우, 뒷날 밝혀질 진위 여부에 관계없이 청와대나 당 지도부는 정치적 전략과 결단을 마련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손 의원을 끌어안고 갈 것이냐, 둘째 선긋기를 할 것이냐, 셋째 버릴 것이냐 이 세 가지다. 세 가지 중에 청와대는 이렇게 말했다. “김정숙 여사는 무관하다.” “나머지는 당에 물어보라.” 그런데 당은 홍영표 원내대표를 기자회견에 동반 출연시키는 퍼포먼스를 하면서 만류하는 모양새를 갖췄지만 손의 ‘탈당’으로 결론을 냈다. 동반 회견은 홍영표 대표가 자진해서 나선 게 아니라 손 의원이 홍 대표가 나와야 한다고 강요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결론은 ‘탈당’, 겉모양새는 ‘만류’, 이렇게 진행됐다는 의심이 든다. 그렇다면 청와대와 당이 손 의원을 버린 것인지, 선긋기를 한 것인지, 그 중간인지 모르겠으나 적어도 끌어안고 가기는 아닌 것 같다.

    청와대가 손 의원을 버렸다면, 그것은 이번 사태의 부정적 여론이 워낙 거센 측면과 더불어 얼마 전 손 의원이 채용 비리 의혹을 샀던 대통령 아들 문준용씨에게 국정조사를 받으라는 식으로 말한 것 즉 “문준용 건도 더 이상 떠들지 못하게 깨끗이 털고 가자”고 했던 손 의원의 말이 역린을 건드려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것이란 얘기도 돌아다닌다. 이런 기류를 누구보다 민감하게 감지한 손 의원이 민주당 지도부에게 정권 교체에 대한 부채 의식을 느끼도록 유도했다는 분석이다. 청와대와 당을 향해 손혜원은 “나에게 빚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한 셈이다.

    ◆이해찬·홍영표, 입장을 밝혀라

    손혜원 의원은 당 지도부가 끝까지 만류했지만 자신은 당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당적을 내려놓는다.”고 했다. 그냥 ‘탈당’이라고 하면 될 것을 정치적 멋을 부리려고 ‘당적을 내려놓는다’고 말한 것까지 탓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기자회견 서두에서 손혜원 의원이 이해찬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가 당적 포기를 만류했다고 공개했기 때문에, 이제 이해찬 홍영표 두 대표는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혀야 한다. 민주당 지도부는 손혜원 측이 목포에 집을 22채나 가졌다는 것에 대해, 적절하다는 것인지, 부적절하다는 것인지 말해야 한다. 대출을 11억 받아서 그 돈을 사유(私有) 재단에 기부하고 재단이 그 돈으로 다시 부동산을 사들인 과정에 대해 민주당 지도부는 생각을 말해야 한다. 당 지도부는 혹시 손혜원 의원의 옷소매를 붙잡으며 ‘부디 살아서 돌아오라’는 식으로 말한 것은 아닌가.

    손혜원 의원은 “광야에 함께 서겠다”고 한 동료 의원까지 있었다고 했다. 손혜원과 광야에 함께 서겠다고 한 의원은 누구인가. 결론적으로 이해찬 당 대표는 말해야 한다. 손혜원의 행위는 지방문화 보호였는가, 부동산 투기였는가.

    ◆孫은 왜 나경원 아닌 박지원을 겨냥했을까

    손혜원은 기자회견에서 나경원과 박지원 두 사람을 거론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에 대해 손 의원은 ‘나 대표가 당적을 내려놓는 자신에게 의원직까지 내려놓으라고 할 것이다’ 라는 식으로 말했다. 나 대표는 앞서 손 의원을 절친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묶어 ‘초권력형 비리’가 있다고 공격했던 반대당 지도부다.

    그렇다면 상식적으로 봤을 때 손혜원은 나경원의 공격을 맞받아서 반격해야 옳다. 손혜원은 그러나 ‘초권력형 비리’라는 비난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반격을 하지 않고 대신 “(나 의원이 나에게) 의원직까지 내려놓으라고 할 것”이라는 다소 엉뚱하고 하나마다 한 얘기를 하고 넘어갔다. 나경원은 ‘몽둥이’를 휘둘렸는데, 손혜원은 ‘버들가지’를 흔든 셈이다. 왜 그랬을까. 만약 ‘초권력형 비리’라는 비난에 직접 반격을 할 경우, 원하든 원치 않든 김정숙 여사의 이름이 재차 거론될 것이 부담스러웠던 것일까.

    손혜원의 총구는 박지원을 향했다. 목포 시민을 포함한 전 국민을 향한 기자회견에서 손은 박에게 일생일대의 비난 발언을 했다. 박을 향해 “국민이 더는 보고 싶어 하지 않는 배신의 아이콘”이라고 했다. 한 정치인이 다른 정치인을 향해 이보다 더 심한 욕설은 없을 것 같다. 박은 유권자들의 호불호가 비교적 분명하게 갈리는 정치 스타일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한때 한솥밥을 먹었던 대선배 정치인인 박을 향해 “국민이 더는 보고 싶어 하지 않는” 인물이라고 말해버린 것이다. 지금의 여권이 이합집산과 굴곡이 심했고, 두 사람이 아무리 개인적인 악연이 쌓여 있다고 해도 상대방에게 ‘배신의 아이콘’이라고 하는 말은 거의 극한까지 몰아붙이는 비난이랄 수 있다. 물론 박도 손에게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저수지 물을 다 흐린다”며 손을 미꾸라지에 빗대는 원색적인 욕설을 했다.

    그렇다면, 손은 왜 나경원 대신 박지원을 겨냥했을까. ‘권력형 비리’가 됐든 뭐가 됐든 손은 나경원 보다는 ‘권모술수가 능한 정치9단 박지원’의 부정적 이미지에 올라타려고 한 것 같다. 앞으로 진실 공방이 어디로 흘러가든 ‘손혜원 대 박지원’ 이라는 대결 프레임을 형성하기만 하면 도덕적 힘겨루기에서 손은 불리할 것이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손 의원은 호랑이굴 작전을 펴는 것 같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라는 격언대로다. ‘목포 스캔들’에서 벗어나려면 목포의 터주 대감 박지원과 ‘맞짱’을 떠야 된다고 본 것이다. 손 의원은 “풍광 좋은 곳에 고층 아파트를 지으려는” 이른바 개발 세력들을 지칭하면서, “서산·온금 지구 고도 제한이 풀렸다. 고층 아파트가 계속 살아나고 있다”고 했다. 손 의원은 “조합 관련자들”이란 말도 했다. 그렇다면, 손 의원은 목포에서 지난 4~5년 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인지 변죽만 울리지 말고 소상하게 밝혀야 한다.

    자신은 지역의 역사와 정체성을 보존하려는 ‘문화 지킴이’이고, 반대쪽에는 개발 지상주의를 부르짖는 박지원 의원, 중흥건설이라는 시공업체, 그리고 개발 이익만을 얻으려는 조합관련자들이 있다는 말처럼 들리는데, 손은 구체적인 내막을 밝혀야할 의무가 있다.

    그리고 손 의원은 줄곧 이번 사태를 처음 보도한 SBS가 ‘손혜원 죽이기’를 하고 있다는 주장인데, 그렇다면 SBS의 대주주인 태영건설이 목포 구도심을 개발하려다 그에 반대하는 손혜원과 부딪치자 SBS가 대신 나서서 손혜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터뜨리고 있다는 뜻인지, 아니면 SBS에 제보하고 있는 세력이 중흥건설과 박지원과 서산·온금 지구 조합 관련자들이라는 뜻인지 좀 더 똑 부러지게 밝혀야 한다.

    자, 손혜원 의원은 밝히라. SBS 보도의 뒷배경에 누가 있다는 것인가. 정치인 비리를 폭로하는 언론 보도에는 항상 배후가 있다고 역공을 하고 보는, 아니면 말고 식의 그렇고 그런 음모론인가. 아니면 SBS 보도 배후에 정말로 태영건설 혹은 박지원이 있다는 뜻인가. 손혜원은 “SBS가 손혜원을 죽이려 한다”는 말에 책임을 지라.

    그리고 손혜원은 중흥건설, SBS, 박지원, 조합관련자들을 거론하며, “함께 검찰 조사를 받자”고 했는데, 한 가지만 말하겠다. 검찰이 누구를 조사할지는 검찰이 결정한다. 대통령부터 일개 의원까지, 검찰을 마치 수족 부리듯 말하고 가이드라인을 주듯 말할 때가 있는데, 이제 그러면 안 된다.

    ◆손(孫)은 부동산 매입 건수부터 밝혀라

    손은 기자회견 중간 중간에 웃음을 띠기도 했다. 여유만만 혹은 자신은 절대적으로 결백하다는 자신감을 드러내고 싶어 했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은 불안하고 초조할 때 그걸 감추려고 억지웃음을 지어보이기도 한다. 이번 기자회견 때 손이 입가에 머금었던 웃음이 어떤 웃음이었는지는 나중에 밝혀질 것이다.

    다만 손은 국민 앞에 겸손했으면 한다. 진위 공방을 떠나 이번 사태로 국민들의 실망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손은 단 한마디 유감 표명도 없었다. 백번 양보해서 손이 아무리 갸륵한 뜻이 있었다고 해도 한 지역에 집을 22채나 일거에 사들였다는 것에 대해 국민들은 아연실색 납득을 못하고 있다.

    손의 측근과 가족이 매입한 건물이 9채→10채→14채→22채로 불어나 있다. 일부에서는 29채라는 말도 나돈다. 손이 정말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정말로 ‘도덕’과 ‘정의’를 내세우는 지금 정권이 탄생하는 데 일조한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손은 검찰 수사가 있기 전에 목포에서 사들인 모든 부동산의 건수, 규모, 가격을 스스로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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